코스피 10.84% 급락 원인|외국인 5조 원 매도와 내 보유종목 점검
7월 28일 장 마감 화면을 확인한 뒤 숫자를 한동안 다시 봤다. 코스피는 6,023.63으로 전 거래일보다 732.12포인트, 10.84% 하락했다. 코스닥도 705.82로 7.72% 떨어졌다.
하루 조정이라고 넘기기에는 낙폭이 너무 컸다. 장중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프로그램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급격히 움직일 때 프로그램 매매를 잠시 멈춰 현물시장으로 충격이 빠르게 번지는 것을 줄이는 장치다.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지수의 파란 숫자가 아니었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충격이 내 보유기업의 실적과 경쟁력까지 바꾸는 문제인지, 아니면 시장 전체의 공포가 가격을 과도하게 끌어내린 것인지 구분해야 했다.
반도체 불안이 코스피 전체를 끌어내렸다
이날 하락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다. 두 종목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동시에 급락하면 지수 전체가 강하게 흔들린다.
간밤 미국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중국 메모리 기업의 성장과 반도체 장비 기술 추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중국 업체가 생산능력을 늘리면 장기적으로 범용 메모리 공급이 증가하고 가격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충분히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겹쳤다. AI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시장은 앞으로 투자 규모보다 투자 효과를 더 엄격하게 확인하려는 단계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은 전기·전자 업종에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상승 폭이 컸던 전력기기, 조선, 방산과 자동차까지 매도가 번졌다. 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때는 기업별 차이를 분석하기보다 현금부터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코스피 외국인 매도와 코스닥 기관 매도는 달랐다
마감 기준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5조4,894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4조7,700억 원, 기관은 7,203억 원을 순매수했다.
따라서 이날 코스피 수급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로 설명하면 맞지 않는다. 핵심은 외국인이 대규모로 내놓은 물량을 개인과 기관이 받아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이다.
외국인 매도는 하락의 원인이면서 시장 불안이 숫자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 반도체 약세와 중국의 기술 추격 우려, AI 투자 효율에 대한 의심이 커지자 외국인이 국내 대형 반도체주와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코스닥 수급은 달랐다. 개인은 534억 원, 외국인은 831억 원을 순매수했고 기관은 1,354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역시 7.72% 하락했지만 외국인이 판 시장은 아니었다.
코스피에서는 외국인의 대형주 매도가 중심이었고, 코스닥에서는 기관 매도와 시장 전체의 공포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같은 날 함께 급락했어도 두 시장을 움직인 수급 주체는 달랐다.
환율과 유가는 급락을 설명하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원·달러 환율은 1,461.70원으로 0.24% 하락했다. WTI는 배럴당 82.11달러로 0.61% 내렸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라는 사실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외국인은 국내 주가뿐 아니라 원화 가치가 하락할 때 발생하는 환차손도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은 환율이 급등하면서 증시를 무너뜨린 상황이 아니었다. 환율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는데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는 5조 원을 넘었다. 오늘의 직접적인 충격은 환율보다는 반도체 경쟁과 AI 투자에 대한 불안에 가까웠다.
유가도 소폭 하락했다. 유가 하락은 기업의 에너지 비용과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 나쁜 조건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시장이 크게 밀렸다는 점을 보면 이날 투자자는 물가보다 반도체와 성장산업의 미래 이익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도체와 전력기기부터 내 계좌를 다시 살폈다
내 일반계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들어 있다. 그래서 이번 하락은 단순한 지수 뉴스가 아니라 계좌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였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생산능력 확대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범용 메모리 공급이 늘어나면 제품가격과 수익성에 부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성장 기대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고 판단하는 것도 성급하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HBM을 포함한 고부가 메모리 기술 격차, 고객사와의 공급 관계, 설비투자 속도와 평균판매가격이다. 중국의 공급 증가가 실제 실적 전망을 낮추는 수준인지 숫자로 확인해야 한다.
LS ELECTRIC과 HD현대일렉트릭, 퇴직연금계좌의 전력기기 ETF도 AI 투자심리 약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면 전력 수요 기대도 함께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력기기 산업을 AI 데이터센터 하나만으로 볼 수는 없다. 미국 전력망 교체, 변압기 공급 부족, 수주잔고와 이익률이 유지되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선박 수주와 선가가 중요하다. 현대로템과 한화는 방산 수출과 수주잔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과 발전설비가 더 직접적인 변수다. 반도체와 같은 날 떨어졌다고 이들 기업의 장기 사업까지 동시에 나빠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미국 관세와 판매량, 환율을 확인해야 한다. POSCO홀딩스와 한화솔루션은 중국 공급과잉과 제품가격이 실적에 더 큰 영향을 준다. 같은 시장에 있어도 기업가치를 움직이는 원인은 서로 다르다.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싸졌다고 볼 수는 없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84% 하락하면 다음 거래일에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다. 기술적 반등은 실적이나 기업가치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짧은 기간에 과도하게 떨어진 가격이 일부 되돌아오는 움직임이다.
나는 현재 성급한 전량 매도와 기계적인 추가 매수를 모두 피할 생각이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기업가치가 충분히 싸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적 전망이 구조적으로 낮아진다면 하락 뒤에도 비쌀 수 있다.
반대로 실적, 기술력과 수주가 유지된다면 시장의 공포가 만든 가격과 기업가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기업가치 훼손 여부를 확인하고, 동일 산업의 중복 비중이 너무 높다면 반등 과정에서 종목을 압축할지 살펴볼 생각이다.
다음 거래일에는 코스피 외국인 매도가 줄어드는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도 강도가 약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코스닥 기관 수급이 돌아서는지와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에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도 중요하다.
전력기기와 조선·방산이 계속 반도체와 함께 하락하는지도 지켜볼 생각이다. 시장 전체 매도가 진정되면 실적과 수주에 따라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 매도가 이어진다면 반등이 나오더라도 변동성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오늘 화면은 오래 보고 싶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주가의 낙폭을 곧바로 기업가치의 낙폭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기술력과 고객관계, 수주잔고가 하루 만에 10%씩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좋은 기업이라는 말만 믿고 모든 변화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이번 급락이 시장의 과도한 공포인지, 반도체와 AI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먼저 반영한 것인지는 앞으로 발표되는 실적, 수주와 제품가격으로 다시 확인할 생각이다.
공박사의 마르지 않는 샘
※ 이 글은 시장 흐름과 개인 계좌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남긴 투자 기록입니다.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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