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파괴자』와 함께 다시 세우는 투자원칙 5 | 평균단가보다 기업가치를 먼저 본다
『규칙파괴자』와 함께 다시 세우는 투자원칙 5 | 평균단가보다 기업가치를 먼저 본다
평단가에 갇힌 투자와 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의 차이
투자를 시작한 뒤 가장 자주 확인하게 되는 숫자가 있다.
바로 평균단가다.
주식을 매수하는 순간부터 평균단가는 내 계좌의 기준점이 된다.
“평단가까지만 올라오면 팔아야지.”
“조금 더 떨어지면 물을 타서 평단을 낮춰야겠다.”
“손실만 회복하면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야겠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처음에는 평균단가가 단순히 매수가격을 보여주는 숫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좌를 오래 들여다볼수록 평균단가는 투자 판단을 움직이는 기준이 되어 있었다.
기업의 실적보다 평균단가를 먼저 확인하고, 산업의 변화보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는지를 더 궁금해하고 있었다.
이번에 『규칙파괴자』를 다시 읽으며 그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업은 내 평균단가를 모른다
책을 읽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기업은 내 평균단가를 전혀 모른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도, 두산에너빌리티도, LS ELECTRIC도 내가 얼마에 주식을 샀는지 알지 못한다.
기업은 내 계좌의 손익과 상관없이 연구개발을 하고,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확보하며 실적을 쌓아 간다.
내가 높은 가격에 샀다고 기업의 경쟁력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내가 낮은 가격에 샀다고 기업의 사업이 더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평균단가는 오직 내 계좌 안에만 존재하는 과거의 숫자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기업이 앞으로 만들어 갈 가치보다 이미 지나간 매수가격에 더 집착하고 있었다.
기업은 열심히 사업을 하고 있는데 나는 평단가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었던 셈이다.
평단가 중심 투자
평균단가를 투자 판단의 중심에 놓으면 질문이 달라진다.
기업의 미래보다 내 계좌가 언제 본전으로 돌아오는지가 중요해진다.
주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경쟁력과 실적을 확인하기보다 평단가를 낮출 방법부터 찾게 된다. 주가가 다시 상승하면 기업가치가 더 커질 수 있는지를 살피기보다 손실을 회복했다는 안도감에 서둘러 매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 목적도 조금씩 바뀐다.
좋은 기업의 성장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 없이 빠져나오는 것이 목표가 된다.
물론 손실을 줄이고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평균단가 회복만을 목표로 삼으면 기업이 좋아져도 너무 일찍 팔 수 있고, 기업이 나빠져도 본전이 올 때까지 붙잡고 있을 수 있다.
결국 평균단가에만 매달리면 좋은 기업을 놓치기도 하고, 나빠진 기업을 오래 보유하기도 한다.
이번 조정장에서 바뀐 질문
최근 조정장에서도 나 역시 평균단가를 기준으로 여러 질문을 반복했다.
LS ELECTRIC은 언제 평단가까지 다시 올라올까.
HD현대일렉트릭은 언제 손실을 회복할 수 있을까.
삼성중공업은 평단가만 오면 정리하는 것이 맞을까.
계좌를 열어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반복하다 보니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업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계좌의 숫자만 분석하고 있었다.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인지, 기업의 실적 전망이 바뀌었는지, 산업의 성장 방향이 달라졌는지보다 평단가와 현재 주가의 거리를 더 열심히 계산하고 있었다.
계좌는 분명 기업에 투자한 결과인데, 정작 판단은 기업 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기업가치 중심 질문
예전에는 먼저 물었다.
“평단가까지 언제 올라올까?”
지금은 그보다 먼저 네 가지를 확인하려고 노력중이다.
첫째, 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가.
둘째, 산업의 장기 성장 방향이 달라졌는가.
셋째, 매출과 이익 전망이 구조적으로 악화되었는가.
넷째, 처음 투자했던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 현재 주가가 평균단가 아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논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반대로 주가가 평균단가보다 높더라도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실적 전망이 악화되었다면 안심할 수 없다.
수익 중이라는 사실이 기업가치 훼손까지 막아 주는 방패는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 주가가 내 평균단가보다 위에 있는지가 아니라, 기업가치에 비해 어느 위치에 있는가다.
가격보다 기업
『규칙파괴자』는 좋은 기업을 찾아 오래 보유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내가 언제 얼마에 매수했는지는 기업의 미래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아니다.
좋은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경쟁력을 강화하며, 매출과 이익을 늘려 가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
평균단가는 시간이 지나도 과거에 머물러 있지만 기업가치는 사업의 성장과 함께 변할 수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나니 평균단가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매수가격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투자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얼마에 샀는가만이 아니라 어떤 기업을 선택했고, 그 기업의 변화 과정을 얼마나 냉정하게 확인했는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다.
주가는 내 평단가를 배려해 주지 않는다. 시장이 내 사정을 알아서 본전까지 친절하게 데려다주는 일도 없다.
조금 야속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매수가격보다 기업의 실적과 경쟁력을 먼저 봐야 한다.
평단가의 올바른 역할
그렇다고 평균단가를 무시하자는 뜻은 아니다.
평균단가는 투자금의 규모와 손익 상태를 알려 주는 중요한 정보다.
추가 매수를 고민할 때도 필요하고,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조절할 때도 필요하다. 세금과 기회비용, 손실 위험을 관리할 때도 평균단가는 참고해야 한다.
문제는 평균단가가 정보의 역할을 넘어 투자 목적이 되는 순간이다.
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해 기업가치를 확인하지 않고 추가 매수하거나, 평단가를 회복했다는 이유만으로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는 기업을 매도한다면 숫자가 판단을 지배하게 된다.
평단가는 참고자료여야지 투자논리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추가 매수 역시 단순히 평균단가를 낮추는 행동이 아니라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더 매력적인지를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한다.
물이 빠진다고 무조건 물을 타면 투자라기보다 수영 연습이 될 수도 있다.
다시 세운 투자원칙
이번에 『규칙파괴자』를 읽으며 투자노트에 몇 가지 기준을 다시 적었다.
평균단가는 과거의 기록으로 본다.
추가 매수 전에는 기업가치와 투자논리를 다시 확인한다.
평단가 회복만을 이유로 매도하지 않는다.
수익 중이더라도 기업가치가 훼손되면 다시 판단한다.
손실 여부보다 산업과 기업의 변화를 먼저 살펴본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원칙과 실제 계좌 앞에서 지키는 원칙은 생각보다 거리가 멀다.
특히 손실이 커질수록 기업을 보는 시야는 좁아지고 평균단가 숫자는 더 크게 보인다.
그래서 흔들릴 때일수록 질문의 순서를 지켜야 한다.
주가를 확인한 뒤 기업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확인한 뒤 주가를 판단하는 순서다.
오늘 다시 적은 한 문장
오늘 투자노트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었다.
평균단가는 과거의 기록일 뿐,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남겼다.
매수가격이 아니라 기업가치가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계좌를 열면 평균단가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손실이 커지면 마음이 흔들리고, 평단가만 회복하면 팔고 싶다는 생각도 다시 생길 것이다.
그럴 때마다 기업은 내 평균단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리려고 한다.
내가 확인해야 할 것은 본전까지 남은 거리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 방향이다.
평균단가를 바라보되 평균단가에 갇히지 않는 것.
기업의 가격을 확인하되 기업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것.
이것이 『규칙파괴자』를 다시 읽으며 세운 다섯 번째 투자원칙이다.
공박사의 마르지 않는 샘
※ 이 글은 시장 흐름과 개인 계좌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남긴 투자 기록입니다.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규칙파괴자』 연재
① 『규칙파괴자』를 다시 꺼내든 이유
② 좋은 기업은 왜 오래 보유해야 하는가
③ 수익이 났다고 팔지 말라는 이유
④ 주가는 흔들려도 기업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⑤ 평균단가보다 기업가치를 먼저 본다 (현재 글)
⑥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는 원칙을 기록한다
⑦ 공박사의 투자원칙 10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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