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3조원 매도에도 코스피는 왜 올랐을까|2026년 7월 27일 국내 증시 분석
7월 24일 급락장을 지나 주말 내내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오늘 증시가 시작된 뒤 코스피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단 반등이 나오는가 싶었지만, 장중 흐름은 기대만큼 순탄하지 않았다.
코스피는 상승 출발한 뒤 한때 6,557.39까지 밀렸다가 오후 들어 다시 올라왔다. 최종적으로는 전 거래일보다 65.13포인트, 0.97% 오른 6,755.75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2.22% 상승한 764.86을 기록했다.
지난 거래일 코스피가 5.72%, 코스닥이 5.32%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일단 숨을 돌린 하루였다. 하지만 외국인이 약 3조 원을 순매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한 안도 반등으로만 보기에도 찜찜한 부분이 남았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팔았는데도 코스피는 어떻게 상승 마감할 수 있었을까.
개인과 기관이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오늘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3조819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약 2조2,134억 원, 기관은 약 8,404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매도 금액만 보면 지수가 다시 크게 밀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과 기관의 매수 금액을 합하면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 대부분을 받아낸 셈이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승 마감한 점도 지수를 방어했다. 삼성전자는 1.80% 오른 25만4,000원, SK하이닉스는 3.24% 오른 18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 모두 장중 하락으로 돌아서는 구간이 있었지만 장 후반 다시 상승했다.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두 반도체 종목이 살아나자 지수도 함께 올라왔다. 오늘 반등은 시장 전체가 고르게 회복됐다기보다 개인과 기관의 매수, 반도체 대형주의 상승이 지수를 떠받친 결과에 가까웠다.
다만 개인이 많이 샀다는 사실만으로 바닥이 확인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오늘 주식을 산 개인이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매도할 수도 있다. 수급표는 누가 사고팔았는지를 보여주지만, 그 자금이 움직인 원인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반도체주는 AI 협력 기대와 CXMT 상장 사이에서 흔들렸다
오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인 소식과 부담스러운 소식이 동시에 등장했다.
국내 기업과 미국 빅테크 사이의 대규모 인공지능 협력 계획은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인 재료였다. AI 투자가 늘어나면 고대역폭메모리인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편에서는 중국 D램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즉 CXMT가 상하이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중국 투자자의 관심이 CXMT에 집중됐고, 국내 시장에서는 한국 반도체주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CXMT가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공장 건설과 생산능력 확장에 사용하면 범용 D램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공급이 수요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메모리 가격이 내려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률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과 경쟁력 있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출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장비 설치와 고객 인증, 수율 안정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AI용 고성능 메모리에서는 국내 기업과 중국 업체 사이에 기술 격차가 남아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현재는 CXMT 상장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곧바로 훼손된 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가 범용 D램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중장기적으로 확인해야 할 위험요인이 됐다.
코스피는 반등했지만 추세 전환 신호는 부족했다
오늘 코스피는 상승 마감했지만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컸다. 상승 출발한 지수가 한때 1.99% 하락한 뒤 다시 플러스로 돌아온 것은 매수세와 매도세가 팽팽하게 맞섰다는 의미다.
지난 거래일 주가가 너무 빠르게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는 계속됐고 원·달러 환율도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원·달러 환율은 1,469.60원으로 0.76% 상승했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꿀 때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을 걱정하게 된다. 외국인 수급이 약해질 수 있는 배경이다.
반면 서부텍사스산 원유인 WTI는 배럴당 83.86달러로 6.10% 하락했다. 유가 하락은 원유 수입비용과 물가 부담을 낮춘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다.
유가는 내려갔지만 환율은 올랐다. 긍정적인 신호와 부담스러운 신호가 동시에 나온 것이다. 따라서 오늘 상승만으로 하락 추세가 끝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
지수는 올랐지만 내 계좌의 회복은 제한적이었다
장 마감 후 계좌를 확인해보니 SK하이닉스는 22.26%, 삼성전자는 5.17%의 평가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 거래일 급락 이후 두 종목이 반등하면서 계좌 상단은 어느 정도 회복됐다.
그러나 다른 보유종목은 분위기가 달랐다. LS ELECTRIC은 -10.09%, HD현대중공업은 -12.24%, LG는 -14.03%였다. 현대모비스는 -19.01%, 현대차는 -19.16%로 손실 구간에 머물렀다.
한화와 현대로템, 삼성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POSCO홀딩스도 마이너스 상태였다. HD현대일렉트릭은 -35.27%, 한화솔루션은 -35.72%로 손실 폭이 특히 컸다.
코스피는 0.97% 올랐지만 내 계좌가 같은 비율로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오늘 반등은 모든 업종이 함께 오른 장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일부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린 장에 가까웠다.
퇴직연금계좌에서는 KODEX 200TR과 KODEX 미국S&P500이 수익 구간을 유지했다. 반면 나스닥100 계열 ETF와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ETF, 코리아AI전력기기 ETF는 손실 구간이었다.
이번에 계좌를 다시 살펴보면서 종목 수보다 위험요인이 얼마나 겹쳐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상품 이름은 서로 달라도 반도체, AI와 전력 인프라라는 같은 재료에 움직이는 자산이 많았다. 여러 바구니를 들고 있었지만 안에는 비슷한 과일이 들어 있었던 셈이다.
다음 거래일에는 반등률보다 외국인 매도의 성격을 보려 한다
투자원칙을 기준으로 보면 오늘 하루 상승만으로 보유 비중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이유는 부족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CXMT의 생산 확대가 실제 범용 D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AI용 고부가 메모리 수요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가 계속되는지도 중요하다.
전력기기주는 주가 하락보다 신규 수주와 영업이익률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솔직히 손실률을 보면 답답하다. 그러나 AI 전력 수요라는 장기 흐름이 유지되더라도 높은 기대가 주가에 미리 반영됐다면 실적이 따라올 때까지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
다음 거래일에는 외국인의 반도체 순매도 규모가 줄어드는지, 원·달러 환율이 1,470원 부근에서 안정되는지 확인할 생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반등이 전력기기와 조선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 반등은 급락을 멈춘 첫걸음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장이 방향을 정했다기보다 넘어졌다가 다시 몸을 일으킨 정도로 보고 있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고 판단하려면 수급과 실적이라는 두 다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오늘도 여러 보유종목은 시퍼런 손실을 기록했다. 계좌를 보면 기운이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확인한 범위에서는 보유기업의 핵심 경쟁력과 장기 사업가치가 무너졌다고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주가 하락과 기업가치 훼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실적과 경쟁력에 구조적인 문제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현재 보유종목을 유지하고 지켜볼 생각이다. 다만 장기투자라는 말이 손실을 무조건 견디는 주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실적과 수주, 시장점유율이 기존 투자논리와 다르게 움직이면 판단도 다시 바꿔야 한다.
공박사의 마르지 않는 샘
※ 이 글은 시장 흐름과 개인 계좌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남긴 투자 기록입니다.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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