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는 왜 반도체를 선택했을까|삼성 반도체 시작과 미래 산업을 보는 3가지 질문
이건희 회장은 왜 1970년대에 반도체를 선택했을까요. 결과를 알고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산업이었습니다. 삼성 반도체의 시작을 따라가 보면 미래 산업을 공부하는 투자자가 무엇부터 살펴봐야 하는지도 보입니다.
KBS2 「셀럽병사의 비밀」 이건희 편을 보면서 가장 오래 남았던 것도 이 질문이었습니다. 미래를 정확히 맞힌 특별한 능력보다, 전자산업이 성장할 때 무엇이 핵심이 될지를 먼저 바라봤다는 점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현재 잘 팔리는 제품만 본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이 무엇인지 한 단계 더 들어가 본 것입니다.
이건희는 왜 반도체를 선택했을까
삼성 반도체 역사의 출발점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건희는 경영난을 겪던 한국반도체에 관심을 갖고 인수에 나섰습니다.
지금은 삼성전자와 반도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지만 당시 상황은 달랐습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초기 단계였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도 컸습니다. 삼성 역시 반도체 분야에서 성공 경험을 가진 기업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전자제품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기능을 처리하고 정보를 저장해야 합니다. TV와 가전제품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안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TV를 보면서 TV만 본 것이 아니라, 앞으로 수많은 전자제품에서 더 중요해질 핵심 부품을 바라본 셈입니다.
다만 이건희의 한국반도체 인수와 삼성의 본격적인 메모리 반도체 진출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1983년에는 이병철 선대회장이 본격적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정했고 삼성은 64K D램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같은 해 국내 최초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삼성 반도체의 도전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결과를 알고 과거를 보면 모든 선택이 쉬워 보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돈과 사람과 시간을 먼저 투입하면서 기술 격차를 따라가야 했습니다. 무엇이 중요해질지 알아보는 판단과 그 판단을 실제 사업으로 이어가는 과정은 별개의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삼성 반도체 시작에서 보이는 미래 산업을 보는 방법
이건희의 선택을 지금 투자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완제품보다 그 안에서 더 중요해질 핵심을 찾았던 방식은 지금 산업을 공부할 때도 참고할 만합니다.
예를 들어 AI가 성장한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NVIDIA가 중요한 기업이라는 것도 새로운 정보는 아닙니다. 여기에서 바로 AI 관련주를 찾으면 이미 알려진 이야기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AI 사용이 늘어나면 연산량이 커집니다. 연산량이 커질수록 GPU의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는 메모리의 역할도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HBM을 보게 됩니다.
다시 HBM 안으로 들어가면 검사와 테스트, CMP, 패키징 같은 공정을 만나게 됩니다. HBM 성능과 적층 수가 높아질수록 어느 공정이 더 어려워지는지, 새로운 병목이 어디에서 생기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산업을 보는 시선도 이렇게 완제품에서 부품으로, 부품에서 공정과 기술로 한 단계씩 들어갑니다.
미래 산업을 본다는 것은 다음에 뜰 산업의 이름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그 산업이 커질수록 반드시 필요해질 것을 찾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전기차라면 완성차에서 배터리와 전력반도체, 열관리와 충전 인프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로봇이라면 완성된 로봇보다 정밀한 움직임과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부품과 기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래 산업을 볼 때 투자자가 던질 3가지 질문
이건희의 반도체 선택에서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평범한 투자자도 기업을 찾는 질문의 순서는 바꿀 수 있습니다.
첫째, 이 산업이 성장할수록 반드시 더 많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완성품만 보지 않고 부품과 소재, 장비, 전력처럼 산업 성장과 함께 수요가 늘어날 요소를 찾아봅니다.
둘째,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은 무엇인가?
성능이 높아지면서 제조하기 어려워지는 공정이나 새롭게 해결해야 할 문제를 봅니다. 기술의 난도가 높아지는 곳에서 산업의 병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셋째,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중 대체하기 어려운 곳은 어디인가?
단순한 관련주인지보다 실제 기술력과 고객 관계, 경쟁 위치와 실적을 확인합니다. 같은 산업에 속했다고 모든 기업의 경쟁력이 같지는 않습니다.
이 세 가지 질문을 먼저 던진 뒤 기업의 매출과 이익, 재무상태와 밸류에이션을 확인하는 편이 제가 기업을 공부하는 방식에는 더 잘 맞습니다.
산업 전망이 좋아도 좋은 투자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력이 좋은 기업도 현재 주가가 지나치게 높거나 경쟁이 빠르게 심해질 수 있습니다. 산업의 방향과 기업의 경쟁력, 가격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건희의 반도체 선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성공의 크기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무엇이 인기 있는가보다 앞으로 무엇이 더 필요해질까.
완제품보다 그 안에서 더 중요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그 문제를 다른 기업이 쉽게 대신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곳은 어디일까.
미래를 정확히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반복해서 묻고 실제 숫자로 확인하는 습관은 투자자가 연습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방송과 삼성 반도체의 역사를 살펴보며 산업과 기업을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한 글입니다. 특정 기업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실제 투자 전에는 해당 기업의 공시와 실적, 산업 전망, 경쟁력과 현재 밸류에이션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KBS2 「셀럽병사의 비밀」 67회 이건희 편, 2026년 8월 4일 방송
· KBS, 「미래를 보던 남자, 이건희 그가 예견한 미래는 어디까지인가?」
·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삼성 반도체사업 역사 관련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