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는 왜 반도체를 선택했을까|미래 산업의 핵심을 보는 투자자의 눈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선택에서 생각해본 미래 산업과 핵심 기술

미래를 잘 보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 걸까.

자동차, TV, 컴퓨터, 스마트폰처럼 세상을 바꾼 제품을 볼 때마다 발명한 사람들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는 물건이지만,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는 누군가가 먼저 가능성을 생각해야 했다.

KBS2 「셀럽병사의 비밀」 이건희 편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의 성공 자체가 아니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반도체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당시에는 낯설었던 기술과 시장을 앞으로 필요한 산업이라고 판단한 시선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을 단순히 '통찰력'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미래를 특별한 사람만 볼 수 있는 능력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방송을 본 뒤 삼성 반도체의 시작을 조금 더 찾아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어쩌면 미래를 맞힌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산업에서 무엇이 핵심이 될지를 남들보다 먼저 질문했던 것은 아닐까.

이번에 다시 생각해본 질문

미래 산업을 보는 힘은 먼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의 제품과 산업을 한 단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하는 것일까.

전자제품 완제품에서 핵심 부품 반도체로 시선이 이동하는 산업 구조

이건희의 반도체 선택에서 먼저 보인 것

삼성전자 반도체의 역사를 다시 찾아보니 출발점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 반도체 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1974년 12월 사재를 들여 한국반도체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초기 단계였다.

지금 우리는 삼성전자와 반도체라는 단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그래서 과거의 선택도 당연했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결과를 지운 상태에서 1970년대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도체가 삼성의 대표 사업도 아니었고, 한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시기도 아니었다. 기술도 자본도 경험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반도체를 바라봤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왜 하필 반도체였을까.

완제품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

방송을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했던 부분이다.

전자산업을 바라보면서 TV나 냉장고 같은 완제품의 판매만 본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 부품이 무엇인지를 봤다는 점이다.

전자제품이 더 똑똑해지고 기능이 복잡해질수록 반도체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완제품 경쟁력이 높아져도 핵심 부품을 외부에 계속 의존하면 기술과 공급 측면에서 한계가 생길 수 있다.

미래를 본다는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제품 안에서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을 찾아내는 일일 수도 있다.

이 생각을 투자에 대입해보니 기업을 바라보는 방법도 조금 달라졌다.

결과를 알고 보면 쉬워 보이는 선택

현재의 삼성전자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과거를 보면 반도체 진출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처럼 보인다.

실제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자료를 보면 초기에는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컸고 메모리 반도체 사업 역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도전이었다.

1983년 2월 이병철 선대회장의 이른바 동경선언을 계기로 삼성은 본격적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고, 같은 해 64K D램 개발을 추진했다.

그리고 1983년 12월 국내 최초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 보면 몇 줄의 연혁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에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자본과 사람과 시간을 먼저 투입해야 했던 과정이 있었다.

여기에서 통찰력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

무엇이 중요해질지를 알아보는 눈도 필요하지만,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자신의 판단을 검증하면서 버티는 힘도 필요하다.

1970년대 반도체 시작에서 1983년 D램 개발로 이어지는 삼성 반도체 도전

지금 AI 산업을 본다면 어디까지 들어가야 할까

과거 반도체 이야기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지금의 AI 산업을 떠올렸다.

AI가 성장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누구나 알고 있다. NVIDIA가 중요한 기업이라는 것도 이제는 특별한 정보가 아니다.

여기에서 멈추면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확인하는 수준이다.

1970년대의 전자제품 안에서 반도체를 바라봤던 시선을 흉내 내본다면 질문을 조금 더 깊이 밀어 넣어야 한다.

AI라는 완제품 안으로 들어가 보기

AI 사용이 늘어나면 연산량은 어떻게 변할까.

연산량이 커지면 GPU와 메모리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HBM의 성능과 적층 수가 높아지면 어떤 생산 공정이 더 어려워질까.

그 과정에서 다른 기업이 쉽게 대신하기 어려운 기술은 무엇일까.

최근 HBM을 공부하면서 검사, 테스트, CMP, 패키징 같은 분야까지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처음에는 HBM 관련 기업을 찾으려고 시작했다. 조금씩 공부하다 보니 관심이 달라졌다.

어느 기업이 '관련주'인가보다 HBM이 발전할수록 어떤 공정이 더 어려워지는지가 궁금해졌다.

공정 난도가 높아질수록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가치도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주보다 산업의 병목부터 찾기

주식시장에서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가장 먼저 관련주를 찾는다.

AI 관련주, 로봇 관련주, 전기차 관련주, 원전 관련주처럼 하나의 산업 테마 아래 수많은 기업이 묶인다.

문제는 이름이 같은 산업에 묶였다고 해서 모든 기업의 경쟁력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관련주를 먼저 찾기보다 그 산업이 성장하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려 한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부족해지는 것이 있는지,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까다로워지는 공정이 있는지, 고객사가 쉽게 공급처를 바꾸기 어려운 제품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기업을 보기 전에 산업에 묻는 질문

첫째, 이 산업이 커질수록 반드시 더 많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둘째, 기술 발전과 함께 더 어려워지는 과정은 어디인가.

셋째,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가운데 대체하기 어려운 곳은 어디인가.

이 세 가지를 먼저 본 뒤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확인하는 편이 단순히 테마에 포함된 회사를 찾는 것보다 내 투자 방식에는 더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 성장에서 병목 기술과 대체하기 어려운 기업을 찾는 투자 분석 과정

통찰력이 없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

방송을 보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부러움이었다.

어떻게 저 사람은 수십 년 뒤 중요해질 산업을 바라봤을까.

나는 살아오면서 미래를 꿰뚫어 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는 사람도 아니고, 거대한 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을 보고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이건희 회장과 같은 통찰력을 가져야만 산업을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더라도 현재 보이는 현상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질문하는 것은 할 수 있다.

AI가 뜬다고 하면 AI 관련주를 검색하기 전에 왜 AI가 성장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전기차가 성장한다면 완성차 회사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전력반도체, 열관리, 충전 인프라처럼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살펴본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로봇이라는 이름이 붙은 회사보다 정밀한 움직임과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부품과 기술부터 생각해볼 수 있다.

특별한 예지력은 없어도 질문하는 순서는 바꿀 수 있다.

이건희 회장에게서 배운 것은 미래 예측이 아니다

방송을 보기 전에는 이건희 회장의 이야기를 남들과 다른 미래를 보는 천재적인 경영자의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다.

반도체의 시작을 다시 살펴본 뒤에는 조금 다른 생각이 남았다.

미래를 본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10년 뒤 모습을 떠올리는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보고, 그 변화가 커질수록 무엇이 필요해지는지 생각하고, 그중 반드시 필요한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는지 실제 숫자와 기업의 경쟁력으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투자자의 몫일 것이다.

이번에 남은 생각

주가가 오를 종목부터 찾지 않는다.

먼저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살펴본다.

그 산업이 성장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마지막으로 그 문제를 잘 해결하면서도 다른 기업이 쉽게 대신하기 어려운 회사를 찾아본다.

공박사의 마르지 않는 샘

이건희 회장님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성공의 크기가 아니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앞으로 중요해질 것을 찾아보려 했던 시선이었다.

그분과 같은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종목을 찾기 전에 한 번 더 질문하는 습관은 배울 수 있다.

지금 무엇이 인기 있는가보다 앞으로 무엇이 더 필요해질까.

완제품보다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두 질문을 기업 공부의 출발점으로 삼아보려 한다.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방송을 시청하고 반도체 산업과 기업을 공부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특정 기업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전에는 기업의 공시, 실적, 산업 전망과 현재 밸류에이션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이 글에 사용된 일부 이미지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하였습니다.
참고한 자료

· KBS2 「셀럽병사의 비밀」 67회 이건희 편, 2026년 8월 4일 방송

· KBS, 「미래를 보던 남자, 이건희 그가 예견한 미래는 어디까지인가?」

·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삼성 반도체사업 40년 관련 역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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