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막막함|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두 달

퇴직 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이 없다는 사실보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었습니다. 두 달을 보내면서 알게 됐습니다. 당장 두 번째 직업을 정하는 것보다 오늘 할 일을 하나 만드는 것이 제게는 먼저였습니다.
퇴직하고 나서야 찾아온 막막함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회의를 하고,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힘든 날도 많았지만 내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늘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퇴직 전에는 월급이 끊기는 것이 가장 걱정될 줄 알았습니다. 물론 돈 문제도 신경 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나오니 다른 문제가 먼저 다가왔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다가 이제 출근할 회사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곤 했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가족들에게 괜히 미안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이 질문이 생각보다 오래 따라다녔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쉬면 괜찮아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쉬는 것과 방향을 잃은 것은 달랐습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조직의 일정 속에서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부터 제가 정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많아졌는데 오히려 하루가 더 막막했던 이유를 그때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움직였다
그렇다고 바로 새로운 직업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는데 답부터 만들려고 하니 더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처리했습니다.
고용24에 구직등록을 하고 실업급여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고용센터에 가서 앞으로의 일정도 확인했습니다.
그다음에는 회사에 다닐 때 미뤄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봤습니다.
영상 촬영에 관심이 있어 드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귀농을 생각하면서 농업과 농산물 품질에 관한 공부도 찾아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공부했던 전공을 떠올리며 숲과 자연에 관한 공부도 다시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직장에서 경험했던 경영혁신과 업무개선 이야기는 글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에서 무엇이 앞으로 제 일이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처음에는 그게 불안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다음 10년의 일을 정하는 것보다 관심이 가는 것을 직접 해보고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집에서 계속 생각만 할 때와는 달랐습니다.
오늘 공부할 것이 하나 있고, 가볼 곳이 하나 생기니 하루가 조금씩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답은 없지만 하루는 달라졌다
퇴직 전에는 회사를 나오면 곧바로 인생 2막이 시작되는 줄 알았습니다.
막상 나와 보니 그렇게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취업할 수도 있고, 새로운 공부가 다른 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배우는 것들이 취미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요즘은 결과보다 해본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드론을 배우면서 어려웠던 것, 새로운 공부를 해보면서 알게 된 것, 귀농을 알아보며 생각과 현실이 달랐던 부분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직장생활에서 배운 것도 하나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기록들이 당장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제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오래 할 수 있는지는 보여줄 것 같습니다.
퇴직 후 막막함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처음 회사를 나왔을 때처럼 하루 종일 “이제 무엇을 하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늘 공부할 것 하나, 해볼 것 하나가 생겼습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완성된 인생 2막보다 그런 하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년 뒤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이 어디로 이어졌을지 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