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파모가 뭐길래? 업스테이지·SK·LG가 한국 대표 AI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이유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챗봇 코딩 에이전트 제조 AI 등 여러 서비스가 파생되는 구조

독파모?

처음에는 이름부터 감이 안 왔다. 업스테이지는 또 회사 이름인가? 이게 추론 AI를 만드는 건지, 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갈 두뇌를 만드는 건지도 헷갈렸다.

그런데 중국의 Kimi와 알리바바의 Qwen을 함께 생각해보니 얼추 감은 오는 듯 했다.

아하, 이거구나. 한국도 남의 AI만 가져다 쓰지 말고 우리 손으로 기본 AI 두뇌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였다.

독파모를 가장 쉽게 설명하면

중국에 Kimi와 Qwen이 있고 미국에 GPT·Gemini·Claude 같은 AI 모델이 있다면, 한국도 Solar·A.X·EXAONE 같은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세계 수준으로 키우자는 프로젝트다.

독파모, 도대체 무슨 뜻이야?

독파모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여기서 또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AI 공부 좀 해보려 하면 영어가 한 놈씩 꼭 끼어든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여러 종류의 AI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본 두뇌라고 이해하면 된다.

질문에 답하고, 글을 쓰고, 긴 문서를 읽고, 수학 문제를 풀고, 코딩하고, 사진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불러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의 밑바탕이다.

자동차로 치면 완성차 한 대라기보다 여러 차종을 만들 수 있는 엔진과 플랫폼에 가깝다.

그래서 독파모는 '한국판 챗봇 하나를 뽑는 대회'가 아니다.

한국에서 개발한 AI 모델을 바탕으로 앞으로 기업용 AI도 만들고, AI 에이전트도 만들고, 제조·의료·국방·금융 같은 산업용 서비스도 만들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업스테이지 Solar와 SK텔레콤 A.X, LG EXAONE의 주요 특징을 비교한 인포그래픽

그럼 중국 Kimi·Qwen하고 비슷한 건가?

이렇게 물으면 이해가 훨씬 빨라진다.

큰 틀에서는 그렇다.

중국의 Moonshot AI는 Kimi를 개발하고 있고, 알리바바는 Qwen이라는 AI 모델 계열을 키우고 있다.

이 녀석들도 이제 질문이나 받아주는 챗봇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추론하고, 코딩하고, 긴 문서를 읽고, 이미지를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까지 사용하면서 실제 일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업스테이지에는 Solar가 있고, SK텔레콤에는 A.X가 있고, LG AI연구원에는 EXAONE이 있다.

여기서 하나 구분해야 한다.

Kimi·Qwen·Solar·A.X·EXAONE은 AI 모델 이름이고, '독파모'는 한국의 독자 AI 모델을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 이름이다. 둘을 같은 종류의 이름으로 보면 오히려 헷갈린다.

이제야 독파모라는 말이 조금 익숙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 업스테이지도 기업 이름이었어?

그렇다. 업스테이지는 국내 AI 스타트업이다.

SK나 LG는 워낙 익숙하니 별생각이 없는데 업스테이지라는 이름은 AI 업계에 관심이 없었다면 생소할 만하다.

업스테이지는 Solar라는 자체 LLM을 개발해왔고 현재 독파모 경쟁에서는 Solar Open 2를 내놓았다.

이 모델의 방향이 재미있다. 질문 하나에 대답하고 끝나는 AI보다 검색하고, 코딩하고, 도구를 호출하고, 문서를 처리하면서 여러 단계의 일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날씨 알려줘” 수준을 넘어,

자료를 찾아라 → 비교해라 → 보고서를 만들어라 → 필요한 프로그램을 실행해라 → 결과를 다시 확인해라

이런 식으로 일을 이어가는 AI다.

Solar Open 2는 최대 100만 토큰의 긴 문맥을 처리할 수 있고, 한국어·영어·일본어를 공식 지원한다.

업스테이지라는 작은 AI 기업이 SK와 LG 사이에서 끝까지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꽤 눈여겨볼 만하다.

SK와 LG는 어떤 AI를 만들고 있을까?

SK텔레콤 A.X K2

SK텔레콤은 A.X K2라는 독자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6,880억개 매개변수를 가진 초거대 모델로 수학·과학 추론, 한국어 지식, 긴 문서 이해, 에이전트 능력을 강화했다.

여기서 추론이라는 말도 많이 등장한다.

추론 AI가 독파모와 별개의 AI라는 뜻은 아니다. 추론은 독파모가 갖춰야 할 능력 가운데 하나다. 주어진 정보를 분석해 답을 찾아가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SK텔레콤의 강점은 모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를 가진 통신회사라는 데 있다. 제조·국방·바이오 같은 산업에 AI를 붙이려는 움직임도 같이 가고 있다.

LG AI연구원 K-EXAONE

LG 쪽에는 EXAONE이 있다. 현재 독파모 프로젝트에서는 K-EXAONE 계열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LG를 보면 또 다른 그림이 나온다.

LG전자, LG CNS,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 제조와 로봇, 배터리, 공장 자동화 사업이 이미 그룹 안에 있다.

AI 두뇌를 만들었을 때 실제 산업에 붙여볼 장소가 많다는 얘기다.

여기서 전에 공부했던 피지컬 AI와도 연결된다.

다만 독파모 자체가 휴머노이드 AI를 만드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이건 꼭 구분해야 한다.

한국 독자 AI 모델이 국내 서비스를 넘어 글로벌 개발자와 기업 서비스로 확장되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

그럼 휴머노이드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나?

아무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순서가 있다.

독파모는 일단 기본 AI 두뇌를 만드는 쪽이다.

그리고 이 두뇌가 더 발전해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고,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 계획까지 세울 수 있게 되면 로봇과 연결할 수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흐름을 보면 이해가 쉽다. Qwen이라는 범용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Qwen 기반의 로봇·피지컬 AI 영역까지 넓히고 있다.

그러니까 흐름을 단순하게 그리면 이렇다.

파운데이션 모델 → 추론·멀티모달 → AI 에이전트 → 산업 AI → 로봇·피지컬 AI

독파모는 이 긴 길의 앞부분에 있는 셈이다.

기본 두뇌가 없으면 그 위에 무엇을 만들든 결국 남의 두뇌를 빌려야 한다. 이 대목에서 왜 정부가 굳이 '독자 AI'라는 말을 앞에 붙이는지도 조금 이해가 됐다.

그런데 왜 굳이 우리 AI가 있어야 하지?

사실 편하게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GPT 잘 쓰고, Gemini 잘 쓰고, 중국 AI가 싸고 좋으면 그것도 쓰면 된다. 굳이 엄청난 돈을 들여 한국 AI를 만들 이유가 있나 싶다.

그런데 AI가 앞으로 검색창이나 챗봇 하나로 끝난다면 그 말도 맞을 수 있다.

문제는 AI가 기업의 문서와 기술정보를 읽고, 정부 데이터를 처리하고, 공장을 움직이고, 금융과 의료에 들어가고, 나중에는 로봇과 자동차의 판단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때도 핵심 AI를 전부 해외 기업에만 의존해도 괜찮을까?

데이터, 비용, 보안, 기술 통제권 문제가 슬슬 달라진다.

이게 요즘 말하는 소버린 AI, AI 주권과 연결되는 이유다.

반도체를 남에게 전부 맡기면 불안하고, 에너지와 국방기술을 전부 남에게 맡기기 어려운 것처럼, AI도 국가와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수록 자체 기술의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시험 점수 제일 높은 AI 하나 뽑으면 되는 거 아냐?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AI니까 벤치마크 점수 높은 놈 뽑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 2차 평가 기준을 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벤치마크 평가 40점, 전문가 평가 35점, 사용자 평가 25점.

성능 시험 점수만으로 절반도 채우지 않는다.

실제 산업에서 쓸 수 있는지, 사용자가 써봤을 때 괜찮은지, 모델을 국내 생태계에 확산시킬 수 있는지도 같이 본다는 의미다.

이게 꽤 중요해 보인다.

AI는 시험 문제 잘 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 쓰고, 기업이 쓰고, 결국 돈을 벌어야 산업이 된다.

많이 늦은 건 사실 아닌가?

여기까지 보고 나니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들었다.

좀 늦은 것 아닌가?

미국에는 이미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같은 회사들이 있고 중국도 Kimi, Qwen 같은 모델을 세계 시장에 내놓고 있다.

그 사이 한국에서는 챗GPT를 쓰고 Gemini를 쓰고 중국 AI 성능까지 비교하고 있다.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늦었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반도체에서 우리가 메모리 강국이 됐듯, AI에서도 한국어만 잘하는 '국내용 AI' 하나 만드는 것으로 끝낼 게 아니라 외국 개발자와 기업도 찾아서 쓰는 K-AI가 하나쯤 나왔으면 좋겠다.

Kimi나 Qwen을 보면서 부러운 건 중국어를 잘해서가 아니다.

중국에서 만든 AI인데 세계 개발자들이 성능을 비교하고, 코딩에 써보고, API를 붙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AI도 결국 거기까지 가야 한다.

한국에서 개발한 AI 모델이 국내 산업과 해외 개발자 기업 서비스로 확산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투자자로 보면 AI 회사 세 곳만 보면 될까?

여기서 산업 쪽으로 한 발만 더 가보자.

독파모가 제대로 커지면 돈이 움직이는 곳은 업스테이지, SK텔레콤, LG만이 아니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돌리려면 GPU와 NPU가 필요하다.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HBM 같은 메모리가 필요하고,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전력과 냉각도 따라붙는다.

그러다 보니 산업 구조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이어진다.

AI 모델 → GPU·NPU → HBM → 서버 → 데이터센터 → 전력·냉각 → 클라우드 → 산업 AI

전에 NPU를 공부하면서 봤던 한국 AI 반도체 생태계와 독파모가 여기서 다시 만난다.

국산 AI 모델이 커지고 국산 NPU 위에서 돌아가고, 국내 데이터센터를 거쳐 기업 서비스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이야기가 꽤 달라진다.

결국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도 '독파모 최종 승자가 누구냐' 하나가 아니다.

실제 사용자가 늘어나는가, 기업 매출로 연결되는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까지 국내 생태계가 같이 커지는가.

그걸 봐야 한다.

공박사의 마르지 않는 샘

독파모라는 단어 하나 알아보려다가 AI 공부가 꽤 멀리 왔다.

처음에는 업스테이지가 기업인지도 궁금했고, 추론 AI인지 휴머노이드 AI인지도 헷갈렸다.

이제는 조금 정리가 된다.

독파모는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아니고 한국판 챗봇 하나를 선정하는 대회도 아니다.

한국이 앞으로 여러 AI 서비스와 에이전트, 산업 AI를 만들 때 밑바탕이 될 우리 자체 AI 두뇌를 키우는 일이다.

업스테이지의 Solar, SK텔레콤의 A.X, LG AI연구원의 EXAONE이 지금 그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출발이 늦었다는 생각은 여전히 든다.

그래도 이제 시작했으니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만 쓰는 K-AI가 아니라, 언젠가는 해외 개발자가 “이번에는 한국 모델 한번 써보자”고 먼저 찾는 AI.

Kimi와 Qwen을 우리가 비교해서 써보듯, 외국 사람들이 Solar나 A.X, EXAONE을 놓고 고민하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때가 되면 '독파모'라는 조금 희한했던 이름도 꽤 괜찮은 시작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투자 유의사항

본 글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관련 산업을 공부하고 이해하기 위한 개인적인 기록이며 특정 기업의 주식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AI 산업은 기술 경쟁, 정부 정책, 인프라 투자, 사업화 속도에 따라 전망이 빠르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투자 판단 시에는 각 기업의 실적과 재무상태, 실제 사업 진행 상황을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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