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일을 대신할 순 있지만, 목적은 대신 정하지 못한다

 

AI는 일을 대신할 순 있지만, 목적은 대신 정하지 못한다

AI 시대, 실제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안녕하세요. 공박사입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메일을 자주 받습니다.

"오늘까지 자료 부탁드립니다."

첨부된 엑셀 파일을 열어보면 수십 개의 컬럼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데이터를 찾고,

누군가는 ERP를 뒤지고,

누군가는 엑셀을 정리합니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자료를 만들고 있는 걸까?


하나의 엑셀 파일이 던진 질문


예전에 다른 본부에서 데이터 분석을 위해 전 부서에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엑셀 서식은 AF열까지 이어질 정도로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각 컬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가 없었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지,

ERP 시스템에서는 어디에서 가져와야 하는지,

제품 기준인지, 구성품 기준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같은 항목도 부서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먼저 확인한 것은 엑셀이 아니었습니다

긴급하게 관련 부서를 모아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회의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은 엑셀 작성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확인해야 했던 것은 데이터의 기준이었습니다.

  • 이 컬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ERP의 어떤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가?
  • 모든 부서가 동일한 기준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한 가지를 추가로 요청했습니다.

"최종 분석 보고서를 보여주세요."

자료를 만드는 이유를 알아야 정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를 보고 알게 된 사실


최종 보고서를 받아보고 놀랐습니다.

보고서는 완제품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요청한 엑셀은 구성품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최종 보고서에는 사용되지도 않는 데이터를 모든 부서가 열심히 수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데이터를 찾느라 시간이 낭비되고,

엑셀 파일은 점점 무거워지고,

데이터 구조는 복잡해졌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정작 목적에 가까워지는 일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더 놀라웠던 사실


자료를 요청한 부서장에게 물었습니다.

"최종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되나요?"

돌아온 답은 의외였습니다.

"담당자가 만들었습니다."

왜 이 자료가 필요한지, 어떤 기준으로 작성되어야 하는지, 보고서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 요청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담당자는 서식을 만들고,

각 부서는 이유도 모른 채 데이터를 입력하고,

모든 조직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정작 성과로 연결되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일을 계기로 저는 하나의 원칙을 갖게 되었습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질문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하는가?"입니다.

목적이 명확해지면

  •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 어떤 데이터는 필요 없는지,
  •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지,
  • 어떤 프로세스를 없앨 수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반대로 목적이 없으면 업무는 계속 복잡해집니다.


AI 시대에는 더 중요해진 본질


2023년에 이 글을 처음 작성했을 때만 해도 업무의 중심에는 엑셀과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성형 AI가 업무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AI는 몇 초 만에

  • 보고서를 작성하고,
  • 데이터를 분석하며,
  • 엑셀 함수를 만들고,
  • 회의록을 정리하고,
  • 프레젠테이션까지 만들어 줍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걸리던 일이 이제는 몇 분이면 끝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AI를 잘 사용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중요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능력입니다.

AI는 질문에 답을 잘합니다. 하지만 무슨 질문을 해야 하는지는 사람이 결정합니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하지만 어떤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지는 사람이 결정합니다.

AI는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왜 그 보고서를 작성하는지는 사람이 정의해야 합니다.

AI는 매우 뛰어난 실행자입니다. 그러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역할입니다.


앞으로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

AI 시대일수록 리더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적을 정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구성원에게 단순히 "이 자료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자료가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목적이 명확하면 불필요한 업무는 줄어들고, AI는 더욱 큰 생산성을 만들어 냅니다.

반대로 목적이 불분명하면 AI는 사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불필요한 일을 반복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마무리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많은 문제가 업무 능력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업무의 목적은 자료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아닙니다.

진짜 목적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문제를 해결하며,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것입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실행은 점점 자동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방향을 결정하는 일, 본질을 이해하는 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늘 내가 하고 있는 업무도 한 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목적을 향해 가고 있는 일인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