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사람의 역할|업무를 AI에 맡겨도 사람이 해야 할 일

AI가 보고서를 쓰고 데이터를 정리해도 사람이 할 일은 남습니다. 무엇을 해결하려는지 정하고, AI가 만든 결과가 그 목적에 맞는지 판단하는 일입니다. 일을 빨리 하는 것과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AI 시대 사람의 역할과 업무 목적을 생각하는 직장인

 

  

열심히 했는데 필요 없는 일이었다

예전에 다른 본부에서 데이터 분석에 필요하다며 여러 부서에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받아 본 엑셀은 AF열까지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양이 아니었습니다. 각 컬럼이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정의돼 있지 않았습니다.

ERP의 어느 데이터를 가져와야 하는지, 완제품 기준인지 구성품 기준인지도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항목을 놓고 부서마다 다른 숫자를 제출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엑셀을 빨리 작성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관련 부서와 회의를 하면서 먼저 물었습니다.

“이 자료로 최종적으로 무엇을 보려고 합니까?”

그리고 최종 분석 보고서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엑셀 자료와 최종 보고서의 데이터 기준을 확인하는 업무 사례

보고서를 확인하니 이상한 점이 바로 보였습니다.

최종 보고서는 완제품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었는데, 각 부서에 요청한 엑셀에는 구성품 단위의 상세 데이터가 상당수 들어 있었습니다.

보고서에서 쓰지도 않을 자료를 찾느라 여러 부서가 ERP를 뒤지고 엑셀을 채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 일을 대충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모두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왜 이 자료가 필요한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자료 요청과 최종 보고서 사이의 업무 목적을 확인하는 모습

 

AI에 맡기기 전에 먼저 정해야 할 것

지금 같은 일이 생긴다면 예전보다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에 엑셀 구조를 보여주고 데이터를 정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함수도 만들 수 있고, 자료를 요약하거나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2026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임금근로자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생성형 AI 활용은 평균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가 받았던 엑셀을 AI가 한 시간 만에 완성해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일은 빨리 끝납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 필요하지 않은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불필요한 일을 AI로 자동화하면 불필요한 일을 더 빨리 끝낼 뿐입니다.

그래서 업무에 AI를 붙이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 이 자료를 받아서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
  • 그 판단에 실제로 필요한 데이터는 무엇인가?
  • 최종 결과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AI가 처리한 결과를 누가 확인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고 나면 AI에 맡길 일도 오히려 분명해집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목적과 필요한 데이터를 정하는 과정

 

AI 시대에 사람에게 남는 역할

2023년에 이 글을 처음 썼을 때는 엑셀과 보고서 이야기가 중심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생성형 AI는 자료 검색, 요약, 문서 작성 같은 업무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제 AI를 사용할 수 있느냐보다 어떤 일을 AI에 맡길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습니다.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일은 AI에 맡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보고서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까지 그대로 넘기기는 어렵습니다.

데이터 분석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빠르게 비교할 수 있지만 잘못된 기준으로 모은 데이터를 넣으면 분석 역시 출발부터 어긋납니다.

제가 경험했던 엑셀 사례에서도 필요했던 능력은 엑셀을 더 잘 다루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최종 보고서를 먼저 보고, 필요 없는 컬럼을 찾아내고, 여러 부서가 같은 기준으로 데이터를 작성하도록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AI 시대 사람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정하고, 필요한 정보와 필요 없는 정보를 가르고, 나온 결과를 실제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것.

AI가 좋아질수록 이런 일은 없어지기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AI와 사람이 업무에서 맡아야 할 역할을 비교한 설명

 

AI를 쓰는 조직일수록 리더가 해야 할 일

AI가 보편화되면 관리자가 구성원에게 “이 자료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지시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료 작성 자체는 점점 빨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리더가 설명해야 할 것은 그 앞부분입니다.

왜 필요한 자료인지, 이 자료로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 어디까지가 필요한 정보인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빠진 상태에서 AI만 도입하면 문제가 조금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여러 사람이 며칠 동안 불필요한 자료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AI가 그 자료를 몇 분 안에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속도는 빨라졌는데 결과는 여전히 필요 없는 자료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AI가 일을 대신할수록 사람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질문은 더 단순해진다고 봅니다.

“이 일을 왜 하는가?”

그 답을 알고 있다면 AI는 상당히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답이 없다면 좋은 AI를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결국 AI 시대 사람의 역할은 AI보다 더 빨리 문서를 작성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정하고, AI에 무엇을 맡길지 선택하고, 나온 결과가 실제 목적에 맞는지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

기술이 바뀌어도 일을 하는 이유까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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