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급락장 대응 원칙|좋은 기업도 비중을 줄여야 할 때

주식 급락장에서 좋은 기업이라고 무조건 버텨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회사의 가치가 달라졌는지 먼저 보고, 문제가 없더라도 내 계좌에서 비중이 너무 커졌다면 일부 줄일 수 있습니다. 몇 번의 급락장을 겪고 나서야 이 둘이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주가가 급락하면 먼저 기업가치를 본다
주가가 2~3% 빠질 때는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그런데 5%, 8%, 10%씩 밀리기 시작하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이렇게 많이 떨어졌으니 더 사야 하나. 좋은 기업이니까 그냥 버티면 되는 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한 상태에서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날을 겪을 때마다 저도 이 세 가지 사이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적도 괜찮고 사업도 잘 돌아가는데 왜 이렇게까지 팔아대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을 계속 겪어보니 주가는 기업 실적만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일 수도 있고, 환율이나 금리가 시장 전체를 누를 수도 있습니다. 현금을 확보하려는 기관이 거래하기 쉬운 대형주부터 팔 때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도 회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팔기 쉽기 때문에 먼저 매도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급락하면 주가부터 보기보다 한 가지를 먼저 확인하려고 합니다.
가격이 떨어진 것인가, 내가 이 회사를 샀던 이유까지 달라진 것인가.
반도체 기업이라면 HBM 수요와 메모리 가격, 고객사의 주문, 경쟁력, 영업이익 전망을 다시 봅니다.
이런 것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기업가치까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실적 전망이 계속 낮아지고 고객이 줄거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런데도 좋은 회사니까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며 버틴다면 장기투자가 아니라 제가 판단을 미루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좋은 기업인데도 비중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여기까지는 예전에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기업가치가 살아 있다면 오래 보유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급락장을 몇 번 지나면서 생각이 하나 바뀌었습니다.
좋은 기업을 보유하는 것과 얼마만큼 보유할지는 다른 문제였습니다.
제가 급락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도 종목을 잘못 골랐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실제로 많이 오른 종목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수익이 커졌을 때 그 수익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기준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더 오를 이유가 잘 보입니다.
실적도 좋고 산업 전망도 좋습니다. 평가이익이 꽤 커져도 굳이 줄여야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다 시장이 급하게 돌아서면 며칠 사이 평가이익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그제야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줄여둘걸.”
참 묘합니다. 오를 때는 욕심 때문에 판단이 어려워지고, 떨어질 때는 공포 때문에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이 경험을 하고 나서 좋은 기업이라고 해서 가장 많이 올랐을 때의 비중을 끝까지 그대로 가져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기업가치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한 종목이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졌다면 일부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종목을 나쁘게 본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 가져가기 위해 위험을 조금 덜어내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평가이익도 비슷합니다. 매도하기 전까지 확정된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는 숫자도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더 오를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번 수익 가운데 얼마를 계속 같은 위험에 노출할 것인가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다음 급락장이 오면 이렇게 해보려고 한다
급락장이 오면 뭐라도 하고 싶어집니다.
팔고 나면 마음이 편할 것 같고, 많이 떨어진 주식을 사면 기회를 잡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그 사이에서 여러 번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다음 급락장이 오면 일단 주문부터 내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회사의 실적과 경쟁력이 정말 달라졌는지 먼저 볼 생각입니다. 회사에는 큰 문제가 없다면 그다음에는 제 계좌를 보려고 합니다.
한 종목의 비중이 너무 커졌는지, 반도체나 AI처럼 같은 이유로 움직이는 종목에 자금이 몰려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종목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고 반드시 분산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보려고 합니다.
지금 팔고 싶은 것이 투자 논리가 달라졌기 때문인지, 떨어지는 계좌를 보기 싫어서인지.
반대로 더 사고 싶은 것이 기업가치를 다시 확인했기 때문인지, 단지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 때문인지.
급락장은 지나고 나서 보면 늘 쉽습니다.
그때 팔았어야 했다. 그때 샀어야 했다.
차트를 뒤에서 보면 누구나 고수가 됩니다.
문제는 다음 급락장이 왔을 때입니다. 그때도 아마 무서울 것이고, 주가가 오를 때는 또 욕심이 날 겁니다.
바닥을 맞힐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좋은 기업이니까 버틴다”는 말 하나로 판단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회사가 달라졌는지 먼저 보고, 회사에 문제가 없다면 내 비중이 너무 커진 것은 아닌지 볼 생각입니다.
좋은 기업을 찾는 것도 투자지만, 그 기업을 내 계좌에 얼마나 담을지 결정하는 것도 투자라는 것을 몇 번의 급락장을 지나면서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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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과 투자원칙을 기록한 글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은 각자의 투자 목적과 자금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